[마르크스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마르크스의 저작을 읽을 때 [독일어판 자본론]을 중심으로 보는 견해(이른바 ‘정통파’)가 널리 유포되어 왔읍니다. 국제학계를 보면 진작에 그렇지 않고 다양한 견해들이 나타난지 오래됐지요.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정통파적 견해가 여전히 강력하고 완고합니다. 독일어판 원전을 새로 번역하는 것을 엄청 대단한 사업처럼 요란스런 풍토(그 번역사업이 큰 기여임은 분명하지만)가 이를 잘 말해 줍니다.
2. 돌이켜 보면, 이같은 견해는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알튀세르의 인식론적 단절론, 즉 자본론이전의 마르크스를 미성숙한 마르크스, 자본론을 과학적 마르크스라고 구분하는 견해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오래 전에 이 견해를 버린 바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정치경제학비판요강]에 더 주목하는 편입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판 자본론이라든가, 만년 마르크스의 러시아론 또한 매우 중요하게 보지요. 무엇보다 이같은 저작들은 [공동체, 자본주의, 시민사회, 민주주의]를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3. 후기 마르크스에서 commons, common property의 해체는 더 이상 역사적 법칙이 아닙니다. 이는 시초축적의 야만적 폭력을 역사적 필연처럼 묘사하고있는 독일어판 자본론과는 퍽 다른 역사상을 보여 줍니다. 이제 근대 사회경제 형태는 자본의 지배아래서도, commons, common property regime를 포함해 다양한 우클라드들이 공시적으로 병존하는 다원적 복합체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은 폴라니의 이중운동론과도 접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시초축적을 공동체의 해체로 파악하는 견해를 보여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후기 마르크스 저작들은 ‘열린 마르크스’를 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텍스트들이며,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폴라니, 맥퍼슨, 마르크스를 함께 읽고 있읍니다.
4. 한가지 더 지적한다면, 데이비드 하비의 유명한 '탈취에 의한 축적' (accumulation by dispossession) 론조차도, 독일어판 자본론을 준거로 함으로써 "공동체 대 자본주의"의 구도 위에 서 있지 않습니다. 독일어판 자본론/시초축적론은 자기노동에 기초한 소유와 타인노동의 착취에 기초한 소유를 대립시키고 있습니다. 공동체 대 자본주의의 인식틀은 정치경제학비판요강, 프랑스판 자본론, 후기 러시아론에서 나타납니다. 하비는 마르크스의 시초축적론이 자본론(독어판)과 정치경제학비판요강...및 후기 러시아론 사이에 중요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5. 혹시 참고가 될까 해서, 제가 약 15년 전에 쓴 글 (2003) 한편을 올립니다. 일본의 시민사회파 마르크스경제학( 이 학파는 우노학파와 함께 일본 마르크스 경제학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읍니다)을 대표하는 히라다 기요아키 (平田淸明 ) 교수와 그 제자, 동료들의. 책들을 서평한 Book review 입니다. 이 글의 중심 키워드는 [공동체, 자본주의, 사회주의, 시민사회] 입니다.
원본은 이병천, “일본의 시민사회파와 정치경제(학) 비판: 平田淸明의 유산과 현재성“, 사회경제평론 제21호, 2003.
***
* 더 진전된 저의 글은 다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경제/민주화인가- 시장사회/경제에서 시민사회/경제로", 시민과 세계 제22호, 2013.1, 106-125.
#후기마르크스 #히라다기요아키 #시민사회파마르크스경제학 #알튀세르 #공동체 #시민사회주의
'이병천-연구논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자와 히로후미의 사회적 공통자본론과 미완의 제도주의 (0) | 2023.02.18 |
---|---|
그람시,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마르크스주의 (0) | 2023.01.22 |
김도균, 『한국복지자본주의의 역사: 자산기반복지의 형성과 변화』에 대한 review article (0) | 2023.01.20 |
기후정의와 사회정의, 어떤 전환전략인가?- 탈성장접근과 포스트성장접근 (0) | 2022.12.30 |
마르크스의 모순 아렌트의 모순 (0) | 2017.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