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경선생 (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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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실업수당 사각지대가 넓은 주요이유
- 실업수당제도의 진전을 위해
첫째: 거의 모든 사업장이 당연 가입대상이지만, 적용제외 사업장을 부분적으로 남겨뒀다.
즉, 제8조 단서규정에 따라 "농업, 임업, 어업중 법인이 아닌 자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그리고 "총공사 금액이 2천만원 미만의 공사" 또는 "연면적이 100제곱미터 이하인 건축물의 건축 또는 연면적이 200제곱미터 이하인 건축물의 대수선에 관한 공사"는 고용보험법 적용에서 자동 배제된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건설 일용노동자 등은 당연히 실업수당의 세계와 관계없다.
둘째: 적용제외 사업장 제외하고는 모두 고용보험 의무가입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많고, 이로 인해 자신은 실업수당 신청 대상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또한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인 경우, 통상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포함), 급여명세서도 대체로 없고, 급여가 계좌 이체된 경우에도 그것이 급여임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아예 급여가 현금으로 지급되면서 급여이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고용보험 미가입사업장에서의 무급휴직 등은 사실상 현행 제도의 완전한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
셋째: 통상 18개월(24개월?) 기간(기준기간) 동안 180일 이상 고용보험료를 납입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제40조 제1항 1호).
따라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취업의 기회조차 없어 실업상태에 있는 청년실업자에게 실업수당은 있을 수 없다. 또한 실업수당을 받다가 재취업 한 후 다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실업상태에 빠진 경우 실업수당을 받을 방법이 없다(따라서 이 문제를 실업수당제도로 포괄할 수 없다면, 별도의 청년수당제도가 운영될 필요가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넷째: 비자발적 실업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즉,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을 입증하는 노동자만이 실업수당 대상자가 된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자발적 실업상태에 있는 거의 모든 노동자는 실업수당 대상이 아니다.
다섯째: 학습지 교사나 학원 강사처럼 사실상 고용관계에 있음에도 개인사업자 형태로 있는 노동자들은 1인 자영업자로 자발적 가입(보험료 징수법 제49조의2 자영업자에 대한 특례)을 해야만 실업수당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에 사실상 고용관계를 가진 사업주를 포함시키지 않는 한, 이들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실업수당제도를 온전히 적용할 수 없다.
여섯째: 1인 개인사업자(프리랜서 형태를 취한다)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대신에 일정 이하의 소득(예컨대 2019년 1인가구 중위소득 약 176만원 이하의 소득)을 얻는 개인 사업자에 대해 고용보험료 등을 국가가 보조하는 제도가 없다.
1인 개인사업자는 사실상 자기노동에만 의존하는 노동자들로 임금노동자와 소자본의 경계 있는 사람들이다. 강사나 작가 또는 평론가들처럼 특수직종의 노동자들 모두가 여기에 속하며, 특수고용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과 경계에 있는 경우도 많다.
일곱째: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재취업 노력을 포기한 자는 아무리 일방적인 해고로 실업자가 되었다고 해도 실업수당 대상자가 될 수 없다.
여덟째: "수급자격 인정신청일 이전 1개월 동안의 근로일수가 10일 미만"(건설일용노동자인 경우 신청일 이전 14일간 연속해서 근로내역이 없어야)
따라서 사실상 거의 완전실업상태에 있어야만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건설일용노동자인 경우 실업수당은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이상이 '세부적인 내용들을 제외할 때' 우선 열거할 수 있는 우리나라 실업급여제도의 주요 문제들이다.
다른 한편 실업수당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노동의 제공자로 생산, 분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노동하지 못하거나 오직 부분적으로만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 처했을 때, 그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를 일정기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실업수당은 이와 같은 기준에 해당하는 특정계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선별복지의 영역이나 동시에 대상이 되는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다시 말해 설령 대상이 아닌 사람 일부가 포함되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이 배제되지 않는) 보편수당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업수당 제도는 수많은 기준을 두어 "선별수당의 성격은 강화"하고 "보편수당의 성격은 제거"함으로써 실업수당 제도의 미성숙을 지속적으로 방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치는 기초연금제도처럼 예컨대 "법정노동시간 이하의 노동자로서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자" 같은 기준을 정해 운영할 수 있는 기초 실업수당제도와 같은 보다 혁신적인 제도에 의해 보완되더라도 여전히 남는 문제가 될 것이다.
어쨌든 내가 지금 덧붙일 수 있는 얘기는 다음이다.
아무쪼록 지금 이 글이 향후 고용보험법 전면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되었음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 2020.3.30.
추신: 필자인 나는 과거 민주노동당의 경제정책담당자였고, 98년 기간에는 실업대책을 정리 관련 논의들을 급진전 시키는데 기여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이 글을 덧붙이는 이유는 이 글에 대해 고용보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들이 자칫 내 목소리를 비전문가의 목소리로 치부하고 무시할까 하는 염려 때문이고, 모든 실업자들을 위해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