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천-나의 이야기
택시안의 공부에서
세세생생
2017. 5. 24. 12:57
[택시안의 공부]
학교(춘천)에서 역으로 타고가는 택시안 기사 아저씨로부터 그간 참 많은 이야기를 듣고 공부했다(87년 강원대 부임때부터). 오늘(5월 23일)은 '당당한' 기사 아저씨 (63세)의 인생이야기를 들었다.
포천 두메산골에서 농사짓고 살았다고 한다. 아버지 밑에서 죽도록 일만하고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 가난해서 먹을 것 생각만 했다. 동물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미래가 안보여 어느 날 야반 가출(출가?) 도주를 하셨다. 자수성가한 뒤에야 집에 다시 들어갔다. 지금은 비록 택시 운전기사지만 행복하다. 목소리도 힘차시고...대단한 아저씨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돌아가신 나의 아버님과 비슷한 인생 역정이다. 두메 산골 산청에서 학교도 못가고 죽도록 일만 하시다 야반 도주하셨다. 양산군 물금, 통영을 거쳐 최종 종착지로 마산에 정착하셨다. 그 동안 제재 기술을 익혀 자수성가를 하셨다. 나는 마산에서 태어 났다.
비가 온다. 기사분 덕분에 아버지 생각이 난다. 위대한 내 아버지... 나는 공부 어쩌고 하지만 택도 없다... 출가는 고사하고 자기 판잣집 하나도 못짓는 주제. 내년이면 정년퇴임이다. 시간이 나를 떠밀고 있다. 내가 시간을 이끌어야 한다.